자면서 듣기 좋은 성경이야기
창세기 6-9장 · 창세기 이야기
"하나님이 노아와 그와 함께 방주에 있는 모든 들짐승과 가축을 기억하사 하나님이 바람을 땅 위에 불게 하시매 물이 줄어들었으며"
— 창세기 8:1
노아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남자였습니다. 창세기는 그를 이렇게 소개해요. '의인이요 당대에 완전한 자라.'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살든, 노아는 하나님과 동행하며 살았습니다. 그의 증조부 에녹도 하나님과 동행했던 사람이었죠. 노아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습니다. 셈과 함과 야벳. 평범한 가장의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노아는 그때는 미처 몰랐을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이 노아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육체의 끝이 내 앞에 이르렀으니 땅이 그들로 말미암아 포악함이 가득한지라. 내가 그들을 땅과 함께 멸하리라.' 노아는 그 말씀 앞에 섰습니다. 세상이 얼마나 어두워졌는지, 그는 매일 보고 있었거든요. 이웃들의 폭력, 끊임없는 다툼, 하나님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삶들. 하나님의 슬픔이 어떤 것인지, 노아는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하나님이 명령하셨습니다. 방주를 지으라고. 규격까지 정확하게. 길이 삼백 규빗, 너비 오십 규빗, 높이 삼십 규빗. 큰 배였습니다. 바다도 강도 없는 곳에 이런 배를 짓는 일. 노아는 군말 없이 시작했습니다. 성경은 간단하게 기록합니다. '노아가 그와 같이 하되 하나님이 자기에게 명하신 대로 다 준행하였더라.'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는지, 주변 사람들이 어떤 눈으로 쳐다봤는지, 성경은 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그렇게 했다고만 기록되어 있죠.
방주를 짓는 세월은 길었을 겁니다. 나무를 다듬고, 역청을 바르고, 칸칸이 나누고. 아들들과 함께 일했겠죠.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들어야 했을 겁니다. '저 노인 미쳤나.' '비도 안 오는데 배를 짓다니.' 믿음이란 게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걸어가는 일이라는 걸, 노아는 몸으로 배우고 있었습니다. 등이 굽어가고 손마디가 굵어지는 세월 속에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어요.
방주가 완성됐습니다. 하나님이 노아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온 가족을 데리고 방주로 들어가라고. 그리고 각종 새와 육축과 짐승들이 노아에게로 왔습니다. 성경은 이 장면을 담담하게 적지만, 얼마나 경이로운 광경이었을까요. 동물들이 스스로 찾아온 겁니다. 노아가 불러모은 게 아니라. 칠 일 후, 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창세기는 기록합니다. '노아가 육백 세 되던 해 이월 곧 그 달 십칠일이라.' 날짜까지 기억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건 신화가 아니라 역사거든요.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땅의 샘이 터지고 하늘의 창이 열렸습니다. 사십 일 사십 야, 비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물은 불어나서 방주가 들렸고, 산들이 물에 잠겼습니다. 모든 호흡하는 것이 죽었습니다. 방주 밖에 있는 것들은 다. 노아는 그 안에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물소리만 들으며.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이 때로는 이런 것입니다. 바깥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하나님이 기억하신다는 그 한 가지에 기대어 버티는 것.
백오십 일이 지나자 물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방주는 아라랏 산에 머물렀습니다. 노아는 창문을 열고 까마귀를 내보냈고, 그 다음엔 비둘기를 보냈습니다. 비둘기가 처음엔 돌아왔습니다. 발 붙일 곳이 없었던 거죠. 이레 후에 다시 보냈더니, 이번엔 감람나무 잎사귀를 물고 돌아왔습니다. 노아는 그 잎사귀를 손에 들고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새잎 하나가 이렇게 반가웠던 적이 있었을까요. 또 이레 후에 비둘기를 내보냈더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나오라고. 노아는 방주에서 나왔습니다. 방주에 들어간 지 일 년이 넘었습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있었습니다. 제단을 쌓고 번제를 드린 것입니다. 기쁨이기도 했겠고, 감사이기도 했겠죠. 그리고 하나님이 약속하셨습니다. 다시는 이런 심판을 내리지 않겠노라고. 그 언약의 표로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셨습니다. 비가 온 뒤 하늘에 뜨는 무지개. 그것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는 걸, 이제 우리는 압니다.
노아의 이야기는 심판의 이야기인 동시에, 구원의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은 세상의 악함을 그냥 두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한 사람을 기억하셨어요. 성경은 말합니다. '하나님이 노아를 기억하셨다'고. 이 한 문장이 홍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하나님은 잊지 않으십니다. 방주 안에서 백오십 일을 보내는 동안, 노아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물은 여전히 넘쳤고, 하나님은 침묵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오늘 우리도 때때로 그런 시간을 지납니다. 기도해도 응답이 없는 것 같고, 세상은 더 어두워지는 것 같고, 내 삶은 방주 안에 갇힌 것처럼 답답한 시간들. 그러나 이 말씀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하나님이 기억하신다고. 뉴스를 켤 때마다 한숨을 쉬던 그 마음,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탄식하던 그 마음. 하나님도 그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계십니다. 그리고 지금도, 하나님은 노아에게 하셨던 것처럼 당신을 기억하고 계십니다.
하나님 아버지, 세상이 어두울 때도, 내 삶이 방주 안처럼 답답할 때도, 주님은 저를 기억하고 계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노아에게 무지개로 언약하셨던 그 신실하심이, 오늘 저에게도 살아있음을 고백합니다. 이 세상이 심판받을 만큼 어두운 날에도, 저를 은혜 안에 붙드시는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