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면서 듣기 좋은 성경이야기
마태복음 5:15 · 오해된 말씀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 마태복음 5:16
한국 교회 안에서 이 구절은 참 많이 쓰입니다. 주로 이런 상황에서요. 누군가 자신의 능력이나 은사를 겸손하다는 이유로 내세우지 않을 때, 옆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하죠. '등불을 말 아래 두지 말라고 했잖아요. 당신의 재능을 숨기지 마세요.' 틀린 말처럼 들리지 않죠. 오히려 성경적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물음이 생깁니다. 과연 예수님이 산 위에 앉아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이 정말 '자기 PR을 잘 하라'는 뜻이었을까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갈릴리 어부들이고, 세리들이고, 병 고침을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이 그들에게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자기 계발에 관한 것이었다면,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이 오해가 어디서 왔는지 따라가 보면, 생각보다 복잡한 경로가 있어요. 20세기 중후반 한국 교회가 급성장하던 시기, 성공과 번영의 신학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성경 구절들이 개인의 성취와 자기 표현을 정당화하는 언어로 재해석되는 일이 잦아졌죠. '말'이라는 단어도 그 과정에서 미끄러졌습니다. '말 아래 두지 말라'는 표현이 자꾸 '숨기지 말라', '겸손을 핑계로 재능을 묻어두지 말라'는 식으로 설명되기 시작한 거예요. 여기에 자기계발 문화가 교회 안으로 들어오면서 이 해석은 더 강화됩니다. 나쁜 의도로 왜곡된 것이 아니라, 시대의 언어가 성경 해석 위에 조용히 덮인 거죠. 그리고 그게 굳어졌습니다.
자, 그러면 원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여기서 '말'이라고 번역된 단어가 핵심입니다. 헬라어 원문에는 '모디오스(modios)'라고 쓰여 있어요. BDAG 헬라어 사전에 따르면 이 단어는 로마 시대의 곡식 계량 단위로, 약 9리터 분량의 곡식을 담는 나무 또는 토기 그릇입니다. 쉽게 말해서 주방에서 쓰던 되박, 즉 곡식 그릇이에요. 그런데 이 그릇을 켜진 등불 위에 덮어 씌우면 어떻게 될까요? 빛이 퍼지지 않고, 결국 등불은 꺼집니다. 성경학자 D. A. 카슨은 그의 마태복음 주석에서 이 장면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구절은 개인의 재능을 발휘하라는 교훈이 아니라, 제자 공동체가 받은 복음의 빛을 세상으로부터 숨기지 말라는 공동체적 사명에 관한 말씀이라고요. 등불은 나 개인의 능력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주신 복음 자체입니다.
그렇다면 이 구절의 본래 의미는 무엇일까요? 예수님이 말씀하신 흐름을 따라가 보면 훨씬 명확해집니다. 바로 앞 14절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고 하셨어요. 그 다음 구절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 두지 않는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16절에서는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로 연결됩니다. 하나의 흐름이죠. 제자들이 받은 복음의 빛, 하나님 나라의 빛, 그 빛을 세상이라는 공간 안에서 가리거나 숨기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이건 자기 PR이 아니에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한 삶의 방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빛의 목적이 나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에게 이 말씀은 어떻게 들려야 할까요? 믿음을 사적인 영역에만 가두어 두는 것, 그게 바로 등불을 말 아래 숨기는 모습입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이웃과의 관계에서 내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태도 말이에요. 반대로 이 구절을 나의 성공, 나의 능력, 나의 브랜드를 내세우는 근거로 삼는 것도 본래 의미와는 멀리 떨어진 거죠. 예수님이 원하신 건 훨씬 단순합니다. 우리가 복음으로 변화된 삶을 살아가면서, 그 삶 자체가 하나님의 빛을 세상에 비추는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착한 행실, 섬김, 화해, 진실한 말 한마디. 그런 것들이 등불을 등경 위에 올려놓는 행동입니다. 그 빛이 나를 위한 빛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를 향한 빛이 될 때, 이 구절은 비로소 제 자리를 찾습니다.
수련회 강당에서 들었던 그 말, 카톡으로 받았던 캘리그라피 사진, 자기계발 세미나의 첫 슬라이드. 이제 그 장면들이 조금 다르게 보이실 거예요. 이 구절이 '나를 드러내라'는 말이 아니라 '복음을 숨기지 말라'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되면, 우리 신앙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내가 빛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내 삶을 통해 하나님이 드러나는 것이 목표가 되는 거죠. 그리고 이건 훨씬 더 무거운 부르심이에요. 나의 재능 자랑이 아니라 나의 삶 전체가 복음의 증거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마태복음 5장 16절은 이 구절의 진짜 결론입니다.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빛의 방향은 언제나 하나님을 향해 있어야 합니다.
주님, 저는 오늘도 빛을 제 안에 가두거나, 혹은 제 자신을 위해 쓰려 했습니다. 이 말씀이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를 드러내는 삶을 향한 부르심임을 기억하게 하소서. 오늘 하루, 제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아버지의 빛을 전하는 통로가 되기를 원합니다. 아멘.